MONEY TECH

부채와 인플레이션

Intoxicated BK 2008. 7. 9. 10:20

일반적으로 빚을 줄이는 방법은 다음 4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당연히 소비를 줄이고 조금씩 빚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생활수준의 하락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당연히 경제 성장의 속도는 낮아진다


둘째는 과거에 저축해 두었던 것을 헐어서 빚을 줄이는 것이다. 재산이 그만큼 줄어들고, 가지고 있던 자산의 가격이 떨어진다. 이것이 심하게 그리고 전반적으로 일어나면 경제 위기가 일어난다.


셋째는 빚을 못 갚겠다고 나앉아 버리는 것이다. 결과는 부도 또는 파산이다.


넷째로는 실제로 빚을 갚지 않고도 빚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매우 매혹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왜 빚이 줄어드는가? 100원을 빌려서 100원짜리 자산을 샀는데 이 자산이 110원으로 올랐다면 그의 빚은 실제로 10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면 돈을 빌린 사람들이 모두 물가(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빚의 실질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빌린 돈으로 무엇을 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 나라에서 빚을 가장 많이 빌리는 집단으로는 기업이 있고, 정부도 재정에서 적자를 보면 빚을 지게 되며, 이미 부자이면서 돈을 빌려 더 큰 부자가 되려고 하는 소수의 집단이 있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가난한 다수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빌린 돈을 저축이나 투자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그냥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만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물가 상승이 빚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고통을 주게 된다.


빚이 많은 집단들 중에서 물가상승으로 부채의 부담을 줄이는 원리를 생각해 보자. 먼저 정부의 경우, 시장에서 100원을 빌렸다고 하자. 몇 년 뒤에는 여기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어야 한다. 정부의 권력 기반이 부실하거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면 정부는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처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는 빵을 주어야 하고 오락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더욱 정부의 부채를 늘린다.

이때 물가가 올라간다고 하자. 그러면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물가 상승을 반영하여 늘어나게 된다. 즉 물가상승은 정부가 실제로는 강제로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더 빼앗아가는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정부의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다음에는 기업을 보자.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빌린 돈으로 투자를 한다. 물가가 올라서 투자한 결과 수익이 늘어나면 이것 역시 부채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부자들의 행태를 보자. 이들은 빌린 돈으로 돈이 될 만한 모든 곳에 투자를 한다. 부동산은 물론이며, 금융자산, 국제상품 또는 기업에도 투자를 한다. 투자한 결과 이런 것들의 가격이 올라가면 빌린 돈을 갚고도 많은 돈을 가지고 가게 된다.


그래서 나라 전체적으로 지나친 부채로 금융위가 왔을 때 정부/중앙은행은 통화의 가치를 낮추어서라도 물가를 올리려고 한다. 일부의 소수 집단에게는 물가의 상승이 아무런 문제도 되질 않는다. 오히려 빌린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뿐이다. 남의 돈을 자기 돈으로 만드는 기회 말이다.

그러면 화폐의 가치 하락=물가의 높은 상승은 언제까지 가능하다는 말인가?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돈이 돈의 행세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것은 물건의 값어치를 잘 측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물건의 값어치를 재는 돈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 그때는 돈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물가가 가장 악성으로 올라가는 상황은 물가의 상승과 화폐가치의 하락이 서로 상대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때이다. 가장 좋은 예는 1920년대 초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시기다. 월급을 받아서 수레에 싣고 이 돈을 써버리려고 가게로 달려갔다. 잠시 세워 둔 수레를 도둑 맞았는데 종이 돈은 그대로 있고, 없어진 것은 수레였다. 그 결과는 새로운 화폐의 도입이었고, 히틀러의 등장이었다.


지금 미국은 지나친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 들어가 있다. 부채의 증가로 올라간 자산의 가격들이 떨어지고 있어 빌려준 사람이 돈을 회수하고 있다. 100원을 빌려 100에 싼 자산의 가격이 150이 되어서 부자가 된 줄 알았더니만 50원으로 떨어져 재산이 줄어든 것이다. 자산의 가격은 올라가고 내려가고 가격의 변동이 심하지만 부채는 명목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부채의 상환 또는 부채의 파괴 과정으로 들어가면 자산의 가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이것을 부채디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른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므로 정부/중앙은행은 이것이 너무 가파르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욕심을 더 내면 자산의 가격이 다시 올라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어려움에 빠진 금융기관에 자금 지원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중앙은행은 말과는 달리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앞으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낮출 것이라는 말이 되며, 물가(인플레이션)을 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미국은 물가상승으로 부채의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돈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 것이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또 누구일 것인가?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



조금 생각 깊이있게 이해하고자 moneta 칼럼에서 스크랩하였습니다.